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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향기의 바이올린 소리 / 고은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회 작성일 23-01-20 13:30

본문

* 향기의 바이올린 소리

 

   고은산

 

툰드라의 속살이 애처롭게 우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이곳으로 전염병 모습으로 번지는

미묘한 울음 조각들 따라 한 소녀

바라보는 동공 빛이, 남하하는 조각 하나에 닿고

한 계절의 성대는 쉰 소리로 흐느낀다


그 소녀의, 축축한 일상의 텃밭으로

벌레 먹은 상추 잎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아버지의

가정을 향한 부서진 조각 달빛 음성은

그녀의 위장을 항상 허기지게 이끌고 있었다


사업의 꺾어진 꽃대를 만지는 아버지의,

먹물 형태로 번지는 화폐의 손실들은,

깨진 조약돌로 그녀의 삶 옷매무새를

헝클고 있었다


그 와중, 그녀의 아버지는 사업의 윤곽을 지워버리고

가족을 등진 채 스님의 길을 단단히 잡았다


그녀는 휘몰아치는 바람의 뼈를 간신히 붙들고 있었지만

이 바람의 뼈가 깨지며 그녀를 힘겨운 들판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 후,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면서

다시 집안의 꽃대궁을 세워가며 집식구들을 반듯한

소나무 향으로 보듬었다


몇 년 후, 그녀는 장학생으로 여고에 입학하여

배의 허기를 가족과 함께 다독다독 다스려갔다


그녀의 남동생 둘과 막내인 여동생 하나는

모두 곧게 뻗은 대나무의 모습으로 학교에 다녔다


고교 졸업 후, 그녀는 고심 끝에 대학을 포기하고

우체국 시험을 봐 합격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적막 속 깊은 골짜기 따라

눈물진 삶의 편린들을 꽉 쥐게 되었다

그녀는 입사 20일을 앞두고, 결혼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하얀 손가락에 끼었고, 손가락 사이로 뇌파의 소리가

혼돈의 파동으로 팽팽히 휘돌았다


입사를 포기하며 선택한 결혼,


하지만, 미사여구의 범람으로 이뤄진 결혼의

강물은 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목뼈를 흔들었다


부드러운 보석의 마음을 지닌 남편이었지만,

경제적 능력의 거울 색은 초췌하게 그녀의 작은 아파트를

계속 비추었고, 어머니의 붉은 성대는 더 붉어져 갔다

 

그녀의 삶의 전등은 희미하게 작은 아파트를 비추었다


남편의 결혼 전 휘황한 어구들은 먼 별빛 따라 흩어져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었고,


하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삶의 맷돌 사이로

잘 으깨진 쌀가루를 은수저로 주워 담았다


그녀의 딸과 아들이 부드럽고 평평한 황토 땅을

잘 걷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두 자녀는 각자의 길을 송이버섯 내음으로 가고,

어머니 또한 이제는 제라늄꽃을 살짝살짝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잘 달리던 마차의 바퀴가 갑자기 삐걱거리듯

그녀의 건강에 불쑥 뛰어든 뇌출혈은 그녀를 비탄의 바다로

잠시 출렁이게 하였다


그 출렁임이 있은 직후,


한 획의 잘 써진 서체를 닮은 수술은 그녀의 인생을

목화밭 중심으로 인도하였다


이제 병마를 물리친 그녀 눈가의 촉촉한 눈물 속으로

가브리엘 포레**의 실내악 소리 가득하고,


지금은 다향(茶香)을 널리 퍼뜨리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샤갈 향기의 바이올린 소리들,

푸르게 떨어져 휘감긴다


 * 샤갈: 마르크 샤갈은 프랑스 표현주의 화가.

 ** 가브리엘 포레: 클래식 음악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프랑스 서정 음악의 거장).

웹진 시산맥20228 




 

2010리토피아등단 

시집 말이 은도금되다』 『버팀목의 칸탄도』 『실존의 정반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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