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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벽의 가계도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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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4회 작성일 23-01-24 11:36

본문

람벽의 가계도家系圖

 

     박성우

 

 

우리는 두고 왔던 그 바람벽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눈처럼 하얗게 색이 바랜

그 오랜 세월 앞에서 우리는

잔설殘雪을 털어내듯

그날의 쓸쓸함을 기억 저 편으로

하나둘 툭툭 털어 내었다

바람벽의 모서리는 그 오랜 세월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군데군데

불그스름하게 상기 되어 있었다

 

용달차에 실린 채

덜컹이는 냄비 소리에 묻혀 가던 그날부터

바람벽은 그렇게 홀로 남아 그 많은 슬픔들을

오늘까지 하나하나 쌓아 왔나 보다

누가 누구를 낳고 다시 누가 누구를 낳았다는

가나안의 어느 오래된 가계도家系圖처럼

우리는 우리의 슬픔이 켜켜이 쌓여 있는

그 오래된 가계도를 슬픔의 순서대로

천천히 하나씩 넘겨보았다

 

나는 가뭄처럼 갈라진 모서리를 열며

우리의 가계도를 천천히 걷어 내었다

순간 가뭄처럼 마른 그 바람벽 안에서

얼굴이 하얗던 어린 동생이

밤새 쿨럭이던 어머니의 잔기침이

이래저래 마냥 두렵기만 하던 옛날의

그 길고 길었던 시간들이 한순간

우리 앞에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박성우 시집 누항사(불교문예, 2020)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교육대학원(국어교육) 졸업

37회 근로자 문화예술제 금상 수상

11회 금융인문화제 대상 수상

시집 누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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