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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를 따라가던 질문들 / 유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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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9회 작성일 23-01-27 11:18

본문

소리를 따라가던 질문들 

 

     유현아

 

 

안양천을 걸었고 보름달이 떴고 나는 좀 슬펐다

우리의 노동은 소중하지 않았다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투명한 햇빛에 반사되어 타들어갔던

검은 슬픔들이 어디에선가 우르르 모여들었다

이 모든 게 결국은 햇빛 때문이라고

모두가 동의했다

 

우리의 범죄는 완벽해야 해 그러려면 뛰어야 해 그러면 소리가 들려

 

살아 있는 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떠나는 감각이 청각이라던데

 

듣는 사람이 사라진 사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나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소리쳤지만 듣지는 못했다

 

아주 긴 밤이었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말을 뿌리쳤다

도망가는 숨소리를 따라가던 마지막 뒷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끝난 것이 아니라 암전이었다

 

―계간 《창비2022년 여름호

  

 


유현아 시인.jpg 
 

2006년 제15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아무나 회사원그밖에 여러분』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

미술에세이 여기에 있었지』 

21회 아름다운작가상 수상

4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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