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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들 / 여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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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0회 작성일 16-02-11 11:54

본문

 

기록들

 

여태천

 

 

버스를 기다리는 사내의 가느다란 눈매와

한낮의 공허를 날고 있는 나비.

한 세계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사이에

모든 뜻은 빠짐없이 기록된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다만 그 뜻과 먼 어떤 물질의 이동.

 

한낮의 나비에게서 해질녘의 저 사내에게로

아무 데나 거처를 정할 수 없는 것들이

참을 수 없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순환 버스는 늘 같은 시간대에 이곳에 정차하고

누군가는 보잘것없는 이 사실을 굳이 알고 있으며

저 사내와 나비는 아직도

오늘인 것이다.

 

분명한 오늘이

분명하지 않은 나비의 곡선 비행처럼

오는 듯 다시 떠난다.

 

아무 관계도 아닌

저 사내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오후의 에테르.

살짝살짝 떨어지면서

시드는 한 세계.

그럴수록 더욱 쪼그라드는 기록들.

 

 

1971년 경남 하동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200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국외자들 』『스윙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가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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