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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애인 / 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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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2회 작성일 23-02-14 11:41

본문

인의 애인

 

    김중일

 

  아주 오래전에 고드름처럼 자라는 열매가 있었다, 그건 잠든 시인을 안고 있는 애인의 눈꺼풀에 매달린 눈물, 불현듯 시인의 정수리로 뚝뚝 떨어질 뾰족한 운석, 시인이 한숨 많은 애인을 끌어안자 가슴 가득, 울음 참는 들숨처럼 스며드는 한숨의 애인, 오늘도 시인은 애인에게 보여줄 시를 썼다, 시를 받아든 시인의 애인은 한숨을 폭 쉰다, 이 시는 당장 읽지 않으면 금세 녹아서 사라져버리겠지, 두 손이 부재의 기억으로 끈적이고, 기도를 멈출 수 없게 완전히 달라붙어버리겠지, 시인의 애인은 시인을 먼저 살다 간 사람, 시인이 이제 살다 갈 사람, 한달 전에도 백년 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사람은 여기 있다, 오늘도 시인의 애인은 시인의 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창 밖에는 막대사탕같이 꽂힌 세상 모든 꽃송이를 초여름의 태양이 혼자 다 녹여 먹으며, 한 자 한 자 시를 읽고 또 고심하는 시인의 애인을 본다, 있잖아 내내 묻고 싶었는데, 시는 왜 쓰지, 시인이 말한다, 너처럼 무작정 읽어주는 애인 때문에, 백지장 같은 얼굴로 시인의 애인이 말한다, 나도 그런 시, 네게 무작정 읽히는 시, 불가피한 시가 되고 싶다고, 시인의 애인은 잠든 시인의 그림자로 매일 밤 드나든다, 시인의 꿈속 구석구석 애인의 체온이, 어디를 가든 시인보다 먼저 시를 찾아 헤맸던 애인의 메모가 적혀있다, 시인이 가진 고독의 주머니가 희생자의 주먹을 넣은 것처럼 불룩해졌으면 좋겠어, 코앞에 펼쳐놓은 공기 위에 한 자 한 자 새겨져 불가피하게 읽히는, 이해할 필요 없는 시들이 세상을 무작정 가득 채웠으면,

좋겠어.

 

​―김중일 시집, 내가 살아갈 사람(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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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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