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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둠스데이 / 문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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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4회 작성일 23-02-19 21:33

본문

의 둠스데이

 

    문정영

 

 

나는 매일 술을 조금씩 먹고 자랐다

서른 마흔 그 이상의 나이를 먹으면서도, 좁은 이마에 띠를 두르고 달리기하면서도

술병 뒤에 숨어 먹거나 독작하였다

어떤 것이 사라질까, 두렵지 않다 술잔에 이야기하였다

폭음을 싫어한다는 말에 꽃잎이 혼자 웃었다

지구의 종말은 비둘기가 먼저 알 거야

뱉어놓은 술 찌꺼기를 가장 많이 먹는 짐승은 위대하니까

간에서 자라는 물혹들이 가끔씩 물었다

내가 자란 만큼 술은 사라졌는가, 아니 빙하가 녹는 속도를 묻는 게 더 빠를지 몰라

나는 매일 불안한 공기를 뱉으며 키가 줄었다

내 몸속에 들어와 숨쉬기 곤란한 질문이 이별이었을까

내가 놓아버린 저녁을 감싸고 있는 술잔들이 따듯해졌다

이제 좀 더 놓아버릴 것들을 찾아야겠다고 실언했다

더는 당신이라는 말을 술병에 담지 않겠다고

자정 지나 혼잣말하곤 했다

 

계간 시산맥2023년 봄호



moonjungyoung-160.jpg


전남 장흥 출생
1988년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7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낯선 금요일 』 『잉크 』

그만큼』 꽃들의 이별법』 
계간  《시산맥 》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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