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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 유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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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6회 작성일 23-02-19 21:34

본문

비린내

 

   유승도

 

 

  비가 흩뿌리는 오후, 산길을 걷자니 비릿한 내음이 몸을 덮친다

  벌레들과 개구리 지렁이 뱀과 토끼 고양이 너구리 고라니 멧돼지가 차에 치이고 깔려 죽으며 남긴

피와 살의 냄새다 아스팔트 길에 입혀졌던 죽음의 모습들이 잡힌다

  걸쭉한 육즙이 되어 흐르는 빗물을 밟으며 걷는다 길모퉁이에서 썩어가던 하얀 고양이도 비에 젖으며

살이 풀어지고 있다 비가 몇 번 더 오면 저놈도 산산이 흩어질 거다 검은 정장을 입은 말쑥한 모습의 포장

도로만 보일 거다

 

계간 시산맥2023년 봄호

 

 

P1010043_1-hl5uiw.jpg


1995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산문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 『고향은 있다수염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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