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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 / 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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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4회 작성일 23-03-02 22:22

본문

지점프

 

     박완호

 

 

서로 먼저 죽겠다고,

추락할 때를 기다리다 말고

번지점프 티켓 같은

패를 번갈아 손에 쥐고 돌리며

 

매번 새로운 낙엽이 진다, 허공에서는

 

이파리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낯선

꿈의 새순이 덧니처럼 돋았다 지워지고

잇단음표를 달고 몰려드는,

티켓도 없이 앞다퉈 떨어져 내리는

암표 구매자들


낙엽 진 자리에 돋아날

연한 절망은 그러므로

나의 몫이 아니다, 그건


나도 모르는 나의

얼굴, 꿈에서조차 만날 일 없는

민낯의 절망


일련번호 없는 번지점프 티켓을 손에 들고 저기 아무렇게나 서 있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33월호



pakwh.jpg

충북 진천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동서문학 》 등단
시집 『내 안의 흔들림』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기억을 만나 적 있나요?』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 

동인시집 『유월 가운데 폭설이』 『아내의 문신』 『너무 많은 당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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