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비계 타는 / 이향지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달비계 타는 / 이향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6회 작성일 23-03-02 22:24

본문

비계 타는

 

     이향지

 


25층 지붕에 유리 청소부 밧줄 걸렸다

달 높이로 올라간 유리창들

몽롱한 잠 깨워서 물로 씻어주는 날

 

하늘 가운데 로프를 걸고 자유자재 조종할 수 있는 사람

하늘 속 그네 의자에 앉았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그림이더니

한 겹 버티컬 블라인드 날 사이로 보니

가장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밥그릇

 

건너편 지붕에서 왔다 갔다 하던 모자가

마침내 우리 유리창까지 왔다

 

눈을 주고 손을 주고 발을 줄 수 있는 도구들

빠짐없이 허리에 둘렀다

 

매달고,

매달렸다,

 

끝이 끝을 붙잡고 있다,

 

행동반경 이삼 미터,

 

내려다보는 깊이는 아득하다,

 

땅에 발을 디딜 때까지

흔들리며 내려가야 할

로프

 

한 사람의 서커스

한 사람의 외로움까지

달비계를 타고 있다

 

달비계에 달린 물줄기가 유리창을 훑고 지나간다

더께 앉은 얼룩 씻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인 물줄기

 

모자의 전면은 거울이다

유리창 이면의 얼룩까지 어른어른 겹치는 순간

문득문득 자기 얼룩까지 떠올라

더 먼 구석까지 밀고 다니는 거품 방울들

 

모양 칼라 높낮이 모서리 같아도

같은 흠집 같은 얼룩은 없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 때

우리 유리창은 우리 손으로 닦았다

흐르는 물을 끌고 다니며 질퍽질퍽

봄맞이할 수 있었다

 

세상 안 모든 얼룩은 무엇과 스치며 얽힌 흔적들이다

희미하거나 모를 때는 그냥 지나가지만

이미 한 덩어리 되었을 때는

독한 세제와 거친 마찰과 충분한 물이 필요해진다

 

가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모아 담지 말라지만

사람들은 점 점 더

달비계 타는 유리 크레바스 그늘로 모여든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33월호




이향지.jpg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햇살 통조림
 편저 『윤극영전집 1,2권 』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 『산아, 산아 』 등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2건 5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9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 1 03-19
29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3 1 03-19
29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7 1 03-19
29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2 1 03-17
29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7 1 03-17
29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2 1 03-17
29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5 3 03-12
29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4 2 03-12
29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1 2 03-12
29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1 2 03-09
29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1 2 03-09
29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6 2 03-09
29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0 1 03-06
29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2 1 03-06
29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2 1 03-06
29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0 1 03-02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7 1 03-02
29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4 1 03-02
29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0 1 03-01
29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9 1 03-01
29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1 1 03-01
29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6 1 02-26
29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0 1 02-26
29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1 02-26
29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3 1 02-24
29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6 1 02-24
29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1 1 02-24
29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4 2 02-21
29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4 1 02-21
29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0 1 02-21
29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0 2 02-19
29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 1 02-19
29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1 02-19
29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1 02-14
29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2 02-14
29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2 1 02-14
29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1 1 02-12
29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1 02-12
29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0 1 02-12
29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7 1 02-06
29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1 02-06
29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9 1 02-06
29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4 1 01-31
29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8 1 01-31
29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5 1 01-31
29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6 1 01-27
29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1 01-27
29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9 1 01-27
29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 1 01-25
29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1 01-2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