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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소나무 아래 눕다 / 곽효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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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9회 작성일 23-03-06 17:29

본문

소나무 아래 눕다


    곽효환 

 


천 길 벼랑 위에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

거센 눈발을 품은 혹한의 바람 아래 홀로 서 있다

굽고 휜 몸통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주저앉을 듯한데

눈 쌓인 가지 위에 다시 눈 쌓인다

끝내 눈보라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고 꺾이는 설해목이 될지라도

흰 눈 머리에 가득 쓴 나무는

몸통 깊이 각인된 기억이 있는 한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무는 처음 가려 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물은 처음 낸 물길을 따라 물줄기를 흘려보내니

나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잠시 주춤거릴지라도 혹은 에둘러 갈지라도

처음의 그길로 다시 나아갈 것이다

 

상상인20227월호

 

 


곽효환 시인.jpg

 

건국대학교와 同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1996년 <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

, 2002년 계간 시평 등단

시집으로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11회 애지문학상14회 유심작품상, 김달진 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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