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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하면 꽃이 필까 / 박홍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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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88회 작성일 23-03-09 15:36

본문

녕이라고 말하면 꽃이 필까

 

     박홍점

 

 

비탈의 탱자나무는 몇 년째 꽃 피우지 않는다

무슨 빛나는 말을 하려고

너를 떠올리면 유년의 운동장

작고 흰 꽃의 보디가드

또 다른 의미에서 공간의 파수꾼

 

그러나 가시는 장식이 되어 버린 지 오래

꽃을 피우는 나무의 여행을 멈춘 지 오래

 

나무가 꽃을 피우는 까닭은 깊은 무료함을 위한 투쟁

그런 의미에서 비탈의 탱자나무는 반칙이다

노란 금구슬의 시간은 오래전 소문

가시는 고요 속의 혼잣말 같은 비명

비명은 뿌리에 닿지 못하고

초록 이파리들 사이에서 겸연쩍다

 

무슨 일로 몇 년째 침묵이야

지나가던 붉은 입술이 질책하는 소리를 듣는다

너는 더벅머리를 긁적이며 시월의 언덕을 본다

 

볼 때마다 안녕, 안녕…… 붉은 입술로 안녕!

 

박홍점 시집, 언제나 언니』 (파란, 2023)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차가운 식사』 『피스타치오의 표정 언제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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