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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간에 압사 당했다 / 김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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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6회 작성일 23-04-10 15:52

본문

 그는 시간에 압사 당했다

   

         김학중

 

 

   늦은 밤에도 사무실은 환했다

   아무도 퇴근하지 못한 회사에서

   한 사람이 먼저 앰뷸런스에 실려 퇴사했다

   병원 영안실에 들어가서야 퇴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다

   동료들은 아무도 오지 못했다

   다만 메신저에 쓸 뿐이다

 

   그는 시간에 압사 당했다고

 

   그러나 잔업은 밀려오고

   회사에선 일한 만큼 쉴 수 있는 날이

   곧 주어질 것이라고 공지를 보냈다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다 잘 알았지만

   아무도 회사를 떠나지 못했다

 

   나가면 살다가 압사도 못 당해

 

   퇴사한 사람들 대신에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자리에 앉았다

   그는 회사 분위기를 위해 압사로 인한 퇴사 이전에

   주기적으로 바뀌었다

   누구도 그의 이름을 몰랐으므로 

   그는 계속 그를 대체했다

 

   회사는 불황과 호황을 빠르게 오고 갔다

   사람들은 시간에 압사 당한 동료들을 빠르게 잊어 갔다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급료로 인해

   그들의 주름은 더 깊어졌고

   남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업무시간은 조금씩 늘었다

 

   그 사이에도 앰뷸런스를 타고 퇴사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그 이외에는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회사의 실적 발표에 시장은 환호했다

   역대급 당기순이익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실시간 타임라인을 지배했다

 

   근무시간에 따른 압사사고 건수의 증가에 대한 뉴스는

   가볍게 호황을 전망하는 뉴스로 지워졌다

 

   얼마 후 회사는 회사 바로 옆에 대형병원을 세웠다

   가까운 거리를 앰뷸런스가 오가는 풍경을

   사무실 창문으로 편히 볼 수 있었다.

 

  —《문장웹진》 2023년 4월호




kimhakjoong-180.jpg


1977년 서울 출생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창세』 청소년 시집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소시집 『바탕색은 점점 예뻐진다』

18회 박인환 문학상8회 김만중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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