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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아래에 서서 / 최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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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3회 작성일 23-04-10 15:59

본문

설산 아래에 서서

 

    최영규

 

  

발을 헛디뎌 몸이 넘어진다

산도 넘어진다

겨우 추슬러 마음 하나 도로 세우고

이제 보이지 않는 너를

혼자서 본다

 

설사면에 튀긴 햇살이 칼끝처럼 몸속을 파고든다

냄새로 찾아가는 설산의 내막

바람은 울음으로나 길을 찾아 가는데

여러 번 꺾인 몸은

조각난 얼음 속으로 파묻히고 밟히면서

누구를 찾아가는가

 

끝도 없는 고집

혼자 앞장 세워 겨우 모퉁이 돌 때

아, 저기 설산 아래 까맣게 떠오르는 사람

이름도 지워버린 채

무릎만 젖어 흐르는 너는

무한정 기다리는 나는


 —최영규 시집 『설산 아래에 서서』 (리토피아, 2022)



최영.jpg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 <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아침시집』 『나를 오른다

 『크레바스 『설산 아래에 서서』 등 

경기문학상, 바움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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