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보여야 할 것이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 송승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보여야 할 것이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 송승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7회 작성일 23-04-11 20:49

본문

것은 보여야 할 것이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송승언

 

 

머지않아 나는 정원의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진 속 설산은 눈안개에 덮여 있다

프레임 위는 하얗고 프레임 아래는 검다

산봉우리, 아마도 프레임의 중심은 그 경계다

산은 사라지는 중인 걸까 드러나는 중인 걸까

아니면 애초에 그런 것이란 명확할 수 없는 것일까

 

머지않아 다시 높바람이 불어오고

수직으로 긴 유리창은 우는 소리와 함께 떨린다

창 바깥 먼 곳에 높은 산을 보며

아주 어릴 적 우연히 읽은 헤세의 시를 떠올렸다

그 시 속에서 풍경은 안개에 가려 뿌옇고

절반이 외로운 채 잘려 나가 있다

 

그 시는 어린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명징했기에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흐려지지 않은 채

 

어쩌면 그때부터 내 중심에 자리 잡았던 비전은

망각 속으로 들어가기를 이해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심에서 주변으로 흩어지거나

지워지고 뒤덮이는 몇 점의 발자국이 되는 일

그러한 고독 속에서도 우리의 사회를 잊지 않는 일

아직 오지 않은

눈은 머지않아 그치고

산봉우리는 빛으로 덮일 것이다

 

문을 열자 쏟아지고 있었다

무서운 눈이

반쯤 파묻힌 채로 나는 나아가고 있었다

높은 곳으로

무언가를 보기 위해

제대로 눈뜨지 못한 채

내가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 기대

 

머지않아 그것은 보여야 할 것이었다

정수리가 새하얘질 때까지

기다렸던 것

나타나야 했던 것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은 드러나야 할 것이었다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저

모든 대상들을 소음 속으로 빨아들이고만 있었다

 

내 중심에 펼쳐진 비전 풍경 속에는

내가 없다는 단순한 진리

나는 이 방의 문을 열고 나간 뒤에도

한참을 걸어간 뒤에야 알게 될 것이었다

 

머지않아 내 대가리는 깨진다, 넘어지며

눈 위를 물들이는 선명한 생각

을 뒤덮으며 다시 눈 쏟아지자

생각이라는 것도 중단되었다

 

―《문장웹진20234월호

 

   

 

1986년 강원도 원주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1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철과 오크』 『사랑과 교육』

산문집 『직업 전선』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2건 38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6 2 01-28
13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6 0 05-30
13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 0 11-30
13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 0 05-21
13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 0 09-09
13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 1 01-28
13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 0 11-29
13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 0 02-03
13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0 05-02
13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0 03-31
13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1 07-03
13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0 05-19
13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1 10-19
13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0 12-05
1308
내 죄 / 이 성 댓글+ 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1 01-04
13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0 04-19
13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0 06-28
13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0 07-20
13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0 1 06-12
13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0 0 07-20
13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0 1 09-12
13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9 1 09-22
13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8 0 01-08
12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8 1 07-21
12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7 1 10-09
1297
詩 / 허형만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6 0 06-18
12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6 0 09-12
12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5 0 11-08
12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5 0 07-18
12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5 2 10-16
12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4 0 10-15
12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4 1 04-11
12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2 0 07-21
12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1 0 03-26
12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1 0 08-08
12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0 0 07-25
12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9 0 10-01
12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9 1 03-01
12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8 0 06-04
12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8 0 07-19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8 1 04-11
12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7 0 12-04
12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6 0 08-13
12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5 0 02-28
12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5 0 10-10
12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5 1 08-19
12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4 0 10-25
12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4 1 08-12
12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3 0 02-14
12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2 1 10-0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