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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 심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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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2회 작성일 23-04-16 16:26

본문

영장

 

    심언주

  

 

티백처럼 나는 물에 잠긴다.

 

물고기가 되었다가

나룻배가 되었다가

 

물속에서 나는 알맞게 우러나는 것 같다.

물갈퀴가 많아서

 

멀리 갈 줄 알았는데

 

밀어내면

물은 더 많은 물을 데리고 와 나를 에워싼다.

달려드는 하루살이처럼

 

어차피 오래 못 살

물거품을 치고 나갈 때마다

 

물의 살점들이 튀어 오른다.

 

밀어낸 사람도

가버린 기억도

떠나면서 내 살을 떼어 갔겠지.

 

직립을 포기한 채 나는

 

네가 파놓은

해자에서 발버둥 치는 중이다.

 

그런 나를

멀찍이서 네가 바라보고 있다.

내 허우적거림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월간 《現代文學》 2023년 3월호 


 

 simubjoo-4-wonho_w_wonho_w_wonho_w_wonho.jpg

  

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처음인 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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