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왕관 / 곽은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4회 작성일 23-04-16 16:38본문
성스러운 왕관
곽은영
미망인 아닌 미망인이 되어버린 내가 운명의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는 광대여 이제 너에게 묻겠다
저기 네가 찢은 육신은 바보였는가 광인이었는가 눈에 띄지도 않을 못 생긴 입술의 사내가 슬프게 쓰러져 있다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었다 한들 불칼이 허락된 지금
골짜기에서 태어난 어두운 시의 사생아들이 지키리라 멀쩡한 것들을 시름시름 앓게 하리라 매일 새로운 왕의 죽음으로 써온 역사 잊힌 사육제의 계절을 넘어 진흙 같은 꿈틀거림이여 돌아오라
먼지로 버려진 왕이 이전 왕이 그리고 저 왕이 여인의 진주에서 어둠별의 꿈에서 거갑 활로 기계 팔로 태어날 때마다 불칼은 하늘과 대지를 갈라 불쌍한 사람이 오물처럼 범람하리라 재가 되어 막 깨어난 연인들의 이마에 닿을 것이다
검은 베일을 벗은 나는 하룻밤 사육제 왕들의 수호자 대답하라 광대를 풀어 세상에 던진 최초의 질투여
―월간 《現代文學》 2023년 3월호
|
1975년 광주 출생
1997년 전남대와 2001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검은 고양이 흰 개』 『불한당들의 모험』 『관목들』 등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