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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저녁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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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2회 작성일 23-04-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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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한 저녁


   김남권



비가 내리고 어둠이 저녁의 꼬리를 물고 가던
유월 어느 날 나는 그대를 찾아가다
넘어지고 말았다

기적 소리가 울렸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멀리서 바람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사방엔 연초록의 흔들림만 분명한데,
매일 다니던
길인데 그대를 찾아가다 넘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다
비의 방지턱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비가 내리고 꽃이 졌다는 건
한 사람의 영혼이 길을 떠났다는 뜻이다

달을 꿈꾸던 꽃의 심장 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영혼이 어둠의 건너편을 향해 손을 흔든다

적막한 저녁이 저물고 있다 


김남권 시집『적막한 저녁(밥북, 2023)





2015년 계간 《시문학》 등단 

시집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

『빨간 우체통이 너인 까닭은』『바람 속에 점을 찍는다』『등대지기』

『하늘 가는 길』『불타는 학의 날개』『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적막한 저녁

이어도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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