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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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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3회 작성일 23-04-24 20:47

본문

칼코마니

 

    이병철

앞뒤로 여러 번 접어 반듯하게 자른 종이처럼

우리는 자주 포개어지고

서로에게서 잘려 나가고

어떤 문장도 나눠 갖지 못해

,는 죽음

,은 물결

,은 그림자

,은 멀어지는 그림자

최초의 은유는 글이 아니라 그림,

네가 삼킨 점과 내가 마신 선으로

우리는 이 세상에 없는 소묘가 되자

옷을 벗으면 몸은 더 아름다운 풍경

체온이라는 계절이 막 시작될 때

어깨는 사라지고

어깨의 부드러움만 분명해져

서로의 외곽을 입에 문 우리는

직선으로 저세상까지 뻗어

먼 미래의 살과 오늘의 마음을

꽁꽁 묶는 매듭이 될 거야

줄 위에서 흔들리는 시계가 추락하지 않게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입체로

우리는 사랑이라는 낯선 차원이 될 거야

이병철 시집,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걷는사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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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서울 출생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2014년 시인수첩》 시 등단

2014년 작가세계》 평론 등단

시집오늘의 냄새』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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