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경 /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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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7회 작성일 23-04-28 16:07본문
난경難經
임 보
창공에도 길은 있다
천만 성군星群들이 무리 지어 가는 것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새들도 날개를 퍼덕이어 지상地上을 박차지만
그들이 만난 것은 언제나 추락일 뿐
허공에 띄운 사람들의 철새鐵鳥들도
끝내는 불꽃으로 타고 만다
바다에도 길은 있다
헤엄치는 물고기 떼들이
그것을 일러준다, 하지만
사람들이 세운 돛은
매번 떠났던 자리로 되돌아 올 뿐
마지막 도달한 곳은 결국
좌초에 지나지 않는다
날개도 지느러미도 아닌
우리들의 두 다리가 걸을 곳은
어차피 이 지상地上이지만
그러나 난마亂麻처럼 천만 갈래로 얽히고 찢긴
저 산야山野의 길들
그것은 욕망과 좌절의 흔적들일 뿐
아직 하나의 길도 트이지 않았다
사막에도 길은 있다
약대를 끌고 서역西域으로 가는 무리들을 보아라
길은 있는데
모래 속에 묻혀 있는 하나의 길은 있는데
앞서 간 자들의 발자국이 그것을 오히려 어지럽힌다
그래서 바람은 묵은 발자국들을
모래 속에 다시 묻고
마지막 한 사람
그대가 오기를 또 기다린다
- 임보 잠언 시집 <山上問答> (시학, 2016)
본명 강홍기(姜洪基). 1940년 전남 순천 출생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서울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으로 『임보의 시들 59-74』 『산방동동山房動動』 『목마일기』
『은수달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겨울,하늘소의 춤』
『구름위의 다락마을』 『운주천불』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기』
『자연하교』 『자닭 설법』 『가시연곷』 『눈부신 귀향』 『아내의 전성시대』
『자운영꽃밭』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
『山上問答』 『지상의 하루』 등
저서 『현대시 운율 구조론』 『엄살의 시학』 『미지의 한 젊은 시인에게』
『시와 시인을 위하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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