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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물 속에서 / 나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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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4회 작성일 23-05-14 16:29

본문

은 우물 속에서

 

     나금숙

 

 

물이 말라버린 우물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뻘을 뒤집어 쓴 자갈들

자갈들의 상형문자

자갈들은 물 위에 하고 떨어지던

탄력을 기억한다

- 풀어지던 하강을 기억한다

요즘은 아무도 그렇게 아무의 가슴에 내려서지 않는다

그랬었다는 이끼같은 기억들

여름이면 석청이 녹아 흐르는 바위 사이로

들판을 건너 밀냄새 풍기는 처녀들이 왔다

골풀과 편암을 밟고 온 처녀들의 발바닥이 뜨거웠다

처녀들의 발등에 쏟아지던 물의 기쁨, 덩달아 튀던 청개구리

서늘하게 일어서던 몸서리를 기억한다

마른 우물 속으로 내려가 보았다

갈라진 우물 벽 사이에

푸르게 차오르는 기억들이 싱싱했다

찰랑찰랑했다

우물은 둥근 하늘을 길어 올리고 있었다 

 

문학 전문 플랫폼 시마을이달의 초대시인” (20123)




 

1957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

2000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 나무 아래로』 『레일라 바래다주기

2002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예진흥기금 수혜

2017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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