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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 박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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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9회 작성일 23-05-14 16:33

본문

요일 오후

 

     박청호

 

 

죽은 시간이 텅 빈 장소에 앉아 있다

재건축을 위해 부서지지 않고 먼지만큼씩

소멸하는 매곡동 주공 아파트

몇몇은 아직 폐허를 벗어나지 못하고

 

낡은 아파트는 수십 년을 더 공허하게 버틸 것이다

깨진 유리창을 들락거리는 바람까지 고여 썩는다

집은 검은 하늘을 품어 들였다가 비를 토한다

앏은 옷을 입은 여자들 서넛 사람들을 호객한다

 

그러나 내 속에서 나를 능가하는 낯선 사람이여

그대는 왜 내가 아닌가

없음, 없음, 없음

 

나는 왜 그대를 끝없이 용서해야 하는가

끝없이 불가능한, 이 빌어먹을

사랑, 사랑, 사랑…… 결코 다시 사랑

그대 없는데

 

문학 전문 플랫폼 시마을이달의 초대시인” (201010)



 

1966년 부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9문학과 비평에 시 당선

1992<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시집 치명적인 것들

소설집 단 한 편의 연애소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장편소설 그가 나를 살해하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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