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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의 여름외투 / 김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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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6회 작성일 23-05-27 14:08

본문

인의 여름외투

 

    김수우

 

 

내 굿판을 잃어버린 게 몇 해인가

골목어귀 빈병처럼 웅크려

기다린 게 얼마며, 기다리지 않은 게 얼마인가

더러운 담요가 위엄이 되어버린 지금까지

 

아무도 안아보지 못해도

여름을 눈사람인듯, 겨울을 돛배인듯 넘는

내 하루는

서툰 배반과 변명을 향해 열린 네 비천한 외투

나는 바랜 환각으로 존재하니

 

생수를 구걸하면서

늙은 묵언이 구름 썩은 하수구로 잠겨들어도

나는 고대 이집트의 여사제이다

짚으로 닦던 놋숟가락 다 닳은지 옛적이지만

 

내 신성을 버린 적 없으니

비루하고 또 비루해도

네 편리한 문명을 나는 선택한 적 없으니

함부로 나를 거래하지 않았으니

 

동광동 뒷골목

내 예배는 여전하다

땅을 향한 내 눈독도 내 손톱도 아직 유효한 상징

내 절망을 사서 읽으라

 

문학 전문 플랫폼 시마을"이달의 초대시인" (20112)

 

김수우.jpg


1959년 부산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1995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으로 길의길』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젯밥과 화분』 『붉은 사하라』 『몰락경전

산문집 쿠바춤추는 악어』 『유쾌한 달팽이』 『참죽나무 서랍

스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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