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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1人 극장 / 정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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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7회 작성일 23-05-2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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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1人 극장

     정동재



때론 스치는 바람에도 말을 걸고 싶었다
자꾸 말을 걸다 보면 나를 알아주는 이가 생길 거라고
세상을 향해 침을 튀어가며 오토리버스 노래 테이프처럼 지내곤 했다
인연일까? 붙잡아 보면 손가락 사이로 살점 섞인 모래알들이
우수수 시간 속으로 떨어져 나갔다
사막의 순례에는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모래바람이 낯설지 않다
나의 노래는 말라 버렸고 주파수는 바닥이었으며
그때 나를 받아주는 내가 내 안에서 불현듯 일어났다
나라고 말했을 때 나 이외의 모든 것은 남이 되어버렸다
쉽게 등 돌려 모두 배웅해버린 후 매일 찾아드는 정적을 맞이해 보시라
처량 만고 끝에 비로소 찾아오는 귀한 손님접대를 연상해보시라
살아온 날만큼 길어진 것이 외로움이라면 외로움의 몸통은 두려움이 아닌지
의구심이 고개 들었고 나를 몸통처럼 노려보기 시작했다
마치 예외의 경우처럼 까다로운 나를 나조차 난해해했으므로
윈도의 오에스 시스템체계구성의 맥락을 따르기로 했다
코끼리가 잡아먹은 뱃속에 사람은 코끼리의 새끼를 잡아먹었다
두렵지 않다 에 동그라미를 매긴다.
코끼리가 잡아먹은 뱃속에 그린벨트는 물과 공기를 빨아먹었다
두렵지 않다 에 동그라미를 매긴다.
내가 잡아먹은 뱃속에 나는 부모와 친구와 선생님을 뜯어먹고 있었다
두렵지 않다 에 동그라미를 매긴다.
세월이 잡아먹은 뱃속에 나는 나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두렵다 에 동그라미를 쳐진다.
잠시 나를 주장하는 순간 집사람도 아이들도 잠시 남이 되어버린다
그 후
나는 나를 남이라고 불렀다
나는 남에게
남은 나에게 혼잣말을 주고받는다
이 극장에서는 일월의 틈새 사이 모래알을 물어 나르는 개미 한 마리까지
재조명 된다 


2012년 계간 애지신인상 당선작



정동재.jpg


2012년 애지》 등단

시집 하늘을 만들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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