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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은둔 / 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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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8회 작성일 23-06-02 22:45

본문

의 은둔

 

    이재연

 


그렇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은 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뒤에서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의 주인은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날이 어두워서

무서워집니다


저편에서 했던 말이

이편으로 들려오는 데에는

밤이 제격입니다 밤이 맞습니다

누구의 걸음인지 많이 걸어도

저편에 가 닿지 않습니다

이편에 와 닿을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옛날을 나눠 가진 적 있습니다

그때는 똑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전의 일이었습니다 이전의 일은

너무 간절해서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저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쯤

나도 무사히 집에 도착할 것입니다


머지않아 밤의 세계는

화덕의 불처럼 타오르다

의식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참 이상한 날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지들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내일을 알려고 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다시 만나야 하겠지만

우리의 소멸은 남겨 둬야겠습니다

주인이 말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집니다

우리는 때때로 완전히 서로

모르는 사람입니다


 계간 시와문화2019년 봄호



이재연 3.jpg


200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 

2012년 제1회 오장환 신인문학상수상

제8회 시산맥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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