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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 / 강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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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5회 작성일 23-06-11 22:25

본문

 

    강해림

 


이백만 년도 더 된 동굴 호수에 물고기가 산다

눈이 없다


오래 전에 퇴화해버려 눈이 있던 자리가

푹 꺼져 있다

폭격 맞은 집처럼


눈은 더 이상 볼 것이 없으므로

쓸모가 없으므로


어둠은 어둠이 아니었을 거야


그 최초의 어둠

동굴 입구가 막히고 그 안에 고립되어 살면서

어둠과 배 맞았을 거야


완전한 어둠 속에서 수수만년을

함께 뒹굴며 

엉켜 살다보면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도 모른다는데


안보일수록

환한,


청맹과니

널 향한

나의 사랑이 그러했을 거야


이 마을 저 마을 창궐하는

페스트처럼


막 불붙기 직전의

성냥개비처럼

 

파멸, 그 무모한

황홀처럼

 

웹진 시인광장20177월호

 


 

1954년 대구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과 수료
1991년 《민족과문학》과 《현대시》로 등단
시집 『구름사원』 『환한 폐가』 『그냥 한번 불러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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