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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감씨이를 그리워함 / 박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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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870회 작성일 16-02-19 08:54

본문

 

이를 그리워함

 

박형권

 

 

큰아버지는 논에서 고개를 숙이는 나락을 보며

성북리 연못에 가서 민물 새우를 잡아

손수 만든 미끼 통에 담고 집에 와서는 우물을 퍼 손발을 씻고

저녁 드셨다 새우가

미끼 통에서 튀는지

밥 드시는 내내 톡톡 소리가 났다

달과 별들은 그때쯤 나와 부스스 기지개를 켜고

대통에 구운 콩을 담는 걸 구경하였다

늘 닦고 매만지는 장대를 메고 사립문을 나가면

달과 별이 따라 나갔다

왜 나는 안 데리고 가느냐고 일곱 살 나는 고래고래 울고

그날은 누룽영 포인트로 길을 잡으셨다

그때는 여전히 돌아서는 모퉁이마다 전설이 있고

달로 묏등을 지나면 해치이불이 등잔덩이만 했다

새바지를 지나면 파도가 들치고

누룽영에 닿으면 마파람이 불어

바다는 그때부터 팔뚝만한 감씨이가 덥썩 물고 늘어지는

예감으로 빛났다

감씨이가 안 오는 날에는 도깨비가 찾아와

구운 콩 갈라먹자고 보채고

한줌 쥐어주면 오도독 오도독 맛있게 먹었다

먹은 값하는 것인지 곧 초릿대가 바다로 빨려들고

은비늘 찬란한 밤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 즈음 나는 큰아버지 기다리며 마루 끝에 앉아

오도독 오도독 구운 콩을 먹는다 콩 다 먹고 꾸벅꾸벅 졸면

어흠,

대문으로 들어서는 얼룩감씨이!

모를 거야 당신은, 못 봤을 거야 당신은

남극 크릴새우를 밑밥으로 쓰는 당신은 들은 적 없을 거야

등짝에 얼룩무늬가 그려진 붙박이 감씨이를

가야겠네 바람 부는 밤에

떠나버린 내 유년을 그리워하러

 

*감씨이=감성돔: 감성돔은 회유성 어종이다. 그런 이유로 붙박이 감성돔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일곱 살 때 본, 등짝에 얼룩무늬가 있는 그 감성돔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국 떠나버리는 슬픔을 위하여 바다가 마련해둔 은유였을까?

 해치이불=도깨비불

 


  phg.jpg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우두커니』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웃음공장』『도축사 수첩』 등

제17회 수주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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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성돔 밤낚시에 얽힌 어릴 적 이야기 한 토막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달이 환한 밤, 어느 연못가 집 한 채.
큰아버지의 밤낚시는 벼 나락이 고개를 숙이는 가을로 접어드는 시절, 인근 연못서 미끼에 쓸 민물새우를 잡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저녁을 드신 큰아버지는 따라나서려 떼를 쓰는 일곱 살 시인을 남겨 놓은 채, 대나무 낚싯대를 어깨에 둘러메고 서랍문을 나서면, 끝내 따라나서지 못한 시인이 마루 끝에 걸터앉아 마당에서 구운 콩을 하나씩 까먹다 꼬박꼬박 졸기 시작할 쯤이면, 도깨비불 춤추며 날아다니는 묏 등을 지나 새바지 파도를 지나 마파람을 맞으며 누룽영에 자리 잡고 낚은 감성돔을 그물망에 넣고 큰아버지가 들어선다.


장면의 시퀀스가 만화 영화의 장면들처럼 하나씩 지나간다.


그때는 여전히 지나치는 모퉁이마다 전설이 있고,
달로 묏 등을 지나면 해치이불이 날아다녔다.

​모를 거야 당신은, 못 봤을 거야 당신은
남극 크릴새우를 밑밥으로 쓰는 당신은 들은 적 없을 거야
등짝에 얼룩무늬가 그려진 붙박이 감씨이를

​'그때는 여전히'라는 싯구서 유독 눈이 멈춘다.
'남극 크릴새우 밑밥'이라는 싯구와 시간의 차이가 극명한 대조, 보색 대비가 아닌가.
지금은, 남극 크릴새우가 예까지 날아와 밑밥으로 쓰이는 시절이니, 애즈녁에 묏등 사이를 날아다니는 도깨비불은 반딧불이 마냥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묏등마저 사라진 터에, 전설이 서려 있는 모퉁이는 물론이고 도깨비불이야 말해 무엇 하겠나.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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