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비를 묶어놓듯이 / 김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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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41회 작성일 23-06-14 21:22본문
빗소리가 비를 묶어놓듯이
―쌍어문雙魚紋
김 륭
혼자 너무 많은 꿈을 꾸었다. 쓸데없이 긴
꼬리를 흔들어대는,
그런 밤엔 살을 굽거나 피마저 돌릴 수가 없어서 가만히
우는 일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했다. 그것은 마치
물고기 두 마리가 마주보고 앉아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류의 일이어서
나는 벽에 눌러앉은 그림자를 밤새 떼어내며
몸이 마음이 될 때까지 주물렀다.
걱정 말아요. 울지 말아요.
쿠팡에서 배달된 택배상자를 뜯을 때마다 나는
내가 너무 좋아져서 점점 미쳐간다고 마침내 생선에게
머리를 맡길 지경에 이르렀다는 괴이한 문장 위에 엎드려
가물가물 저녁불빛처럼 멀어진 키스를
다시 잡아왔다.
돌무지무덤 하나 만들지 못한 사랑이 그랬고
슬픔이 그랬다.
여기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나는 나보다 먼저
떠내려가는 발자국을 노릇노릇 구운 생선처럼
구경했다.
ㅡ계간 《시인시대》(2023, 봄호)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등
201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05년 김달진지역문학상, 월하지역문학상 2012년 제1회 박재삼사천문학상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제9회 지리산문학상
제10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운문부문 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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