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의 발생 / 이향지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조건의 발생 / 이향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69회 작성일 23-06-24 21:40

본문

건의 발생

 

    이향지

 

 

손가락으로 창문을 그리고 하늘을 열어 두었다

 

두 손으로 창틀을 오려내자 향기로운 바람이 목덜미에

 

가실래요 같이

바람 속에서 손을 잡는 것들은 모두 꽃이다

 

반짝이며 나부끼며 초록길이 길게 이어진다

꼬불꼬불 날아오르던 나비가 한잠 쉬어가는 꽃마루

 

길 있어요?

길이 있냐구요?

길이 어디 있니, 우리가 지나가면 길이 되는 거야

 

그럼 나는 안 갈래요

길 없으면 난 안 가요

가드레일을 도로 기어나가는 바람

 

누군가 지나갔네, 발자국들 비에 지워져 희미하게

여기 길 있네, 여기 꽃 있네

 

안녕, 한계령풀

안녕, 갈퀴현호색

심지 깊은 선괭이눈

늦잠쟁이 얼레지

단 한 송이 흰,에게도

꽃보다 낮은 인사를

 

가요, 이제 가요

하양 노랑 파랑 보라 웃고 있을 때

나비로 돌아가요

 

신발 끝에 스친 풀꽃들

호오 불어서 일으켜주고

여기 길 없어요

여기 꽃 없어요

 

손가락으로 키 큰 숲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리고

다시 만날 꽃들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겹쳐 그리고

재촉하는 서쪽 하늘을 발끝으로 당겨온다

 

낮게 엎드렸던 나무들 흙을 털며 다시 숲으로

 

―《문장 웹진20236월호



이향지.jpg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햇살 통조림
 편저 『윤극영전집 1,2권 』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 『산아, 산아 』 등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07건 13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1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3 1 12-14
11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1 12-22
11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6 1 01-02
11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1 01-11
11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6 1 01-20
11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7 1 02-06
11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1 02-26
11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0 1 04-10
10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9 1 04-20
10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7 1 05-06
10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6 1 05-27
10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9 1 06-24
10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6 1 08-01
10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6 1 12-26
10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1 02-12
10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1 04-15
10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1 04-30
10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1 02-08
10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8 1 05-14
10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0 1 10-22
10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1 1 09-28
10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8 1 11-10
10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1 12-08
10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6 1 07-21
10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 1 10-12
10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9 1 01-03
10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1 02-15
10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1 02-23
10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1 1 03-16
10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5 1 03-25
10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0 1 04-04
10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3 1 06-27
10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8 1 07-15
10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6 1 10-21
10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4 1 11-07
10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3 1 11-20
10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6 1 12-02
10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9 1 12-14
10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5 1 12-22
10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1 01-11
10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 01-20
10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5 1 02-12
10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7 1 02-26
10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3 1 04-10
10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1 1 04-23
10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2 1 05-06
10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4 1 05-27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0 1 06-24
10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2 1 08-01
10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7 1 12-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