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책 / 김안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젖은 책 / 김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60회 작성일 23-07-24 21:56

본문

 

 

     김 안

 

 

젖은 책을 볕 아래 놓고서 알몸을 생각한다.

퉁퉁해진 알몸을 덮고 있는 오래된 티셔츠,

늘어난 목,

오후 내내 뜯어내도 다시 생기는 보풀을 생각한다.

울고 주름지고 헐거운 삶. 바싹 마른

페이지를 조심스레 펼칠 때 책은 처음 날개를 펼치는 새의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내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입속으로 들어가 다시 입을 다문 채

올곧이 앉아 아이를 기다린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펼치며 들으며

아이가 돌아오면 들려줄 소리를 내 몸에서 찾는다.

 

마음이 앞서면 책이 찢어지고 아이는

돌아오지 못한다.

사냥꾼의 감긴 눈에 고이는 죽음의 물 같은

가장 무거운 투명으로 붙은 페이지들.

흩어지고 찢어진 글자들, 밤사이

고양이가 장난치다 집 앞에 버린 가슴이 열린 작은 새.

보이지 않으나 망각되지 않는 것들이,

망각되지 않도록 부서진 것들이,

그래서 끝나지 않는 것들이,

엄마 잃은 별들이

남몰래 이주한 곳.

돌아오지 못하는

무서운 물속.

 

귀를 막고

귀를 막고 있는 손가락이 유령처럼 흘러 들어가고,

고이고,

고인 채 딱딱해지면

자유로워진 두 손이 거칠어진다.

아이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두 손이 허공을 가른다.

나의 말이 나의 알몸을 밀어낸다.

두 손이 입을 막는다.

결국 스스로 풀어지는 덩어리.

풀어져 쌓인 젖은 옷들.

 

나는 책을 펼치지 못한 채,

젖은 알몸을 볕

아래

누인다.

 

―《문장웹진_콤마2022-10-07





본명 김명인

1977년 서울 출생

2004현대시로 등단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오빠생각』『미제레레

제5회 김구용 시문학상 수상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7건 1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2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1 01-01
12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1 01-08
12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 01-18
12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5 1 01-31
12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4 1 03-29
12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2 1 04-18
12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1 05-01
12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3 1 05-20
12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4 1 06-11
12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1 02-07
12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1 03-13
12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1 04-11
12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1 04-26
1234
5월 / 피천득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1 05-13
12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1 06-12
12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3 1 07-02
12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9 1 11-13
12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1 03-27
12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0 1 07-31
12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3 1 09-07
12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7 1 11-06
12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5 1 12-03
12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4 1 09-12
12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1 12-29
12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2 1 02-04
12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1 03-15
12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1 03-23
12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05-25
12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 1 06-07
12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4 1 10-18
12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1 1 10-31
12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1 1 11-15
12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9 1 11-29
12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1 12-13
12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7 1 12-21
12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5 1 01-01
12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01-10
12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1 01-18
12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6 1 01-31
12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1 02-24
12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 1 03-29
12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4 1 04-18
12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 1 05-01
12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4 1 06-14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1 1 07-24
12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 02-07
12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1 03-13
12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1 04-11
11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1 04-26
11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7 1 01-3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