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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m과 바람과 나 / 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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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1회 작성일 23-08-17 10:24

본문

Mmm과 바람과 나
    이제니



   내일이면 다르게 해석될 오늘의 장면 속에서 Mmm은 계속 Mmm일 수 없어서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 Mmm은 한결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한결같이 의아했고 떠나야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반나절 아니면 반나절의 반나절. 한나절 만에 백발이 되어버린 사람이 화면 밖으로 걸어나간다. 아니다. 그것은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일 뿐이다. 전해 들은 이야기는 이미 충분했으므로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지어야만 한다고. 이후로 Mmm과 바람과 나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환각 속에서 다시 또 살아나는 망각과 함께. Mmm과 바람과 나는 떠나는 속도로 매번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세계는 거대한 유리 구슬과도 같다
   Mmm의 말

   우리는 거대한 구슬 안에 놓여 있는 동시에
   구슬 안의 우리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바람의 말

   구슬 밖에서 구슬 밖에서
   나의 말

   아무 말 없이
   Mmm과 바람의 말

   아무 말 없이 아무 말 없이
   나의 말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계를 품어주는 시선이 있었다. 그리하여 Mmm과 바람과 나는 오래도록 바라본 그것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화면은 다시 기나긴 암전이 이어지고 있다. 방금 본 그것을 잊으라는 듯이 암전 위로 다시 목소리가 흐르고 있다. 암전과 암전 속에서. 눈 깜빡임과 깜빡임 사이에서. 눈멀어가는 동시에 귀 열리고 있는 당신들이여. Mmm과 바람과 나는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듯이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듣듯이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간신히 포착할 수 있는 기미와 전조만이 순간의 순간을 드러내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망각 속에서 건져올린 그 말을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주고받고 있다. 셋인 듯 하나인 목소리로써.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로 단번에 건너뛰듯이.
 

웹진 비유20233월호


 

 leejn.jpg


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아마도 아프리카』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편운문학상 우수상김현문학패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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