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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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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0회 작성일 23-10-23 22:32

본문

살림

 

   이병률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고요

하늘 아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압정처럼 박아놓은 별의 뾰족한 뒤통수만 보인다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요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 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었습니다

오늘은 별을 두 개 묻었고

별을 두 개 캐냈다고 적어두려 합니다

참 돌아오던 길에는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주었습니다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지, 2017)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파리 영화학교 ESEC 수료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바다는 잘 있습니다』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산문집 『끌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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