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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같은 / 정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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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04회 작성일 23-11-09 22:00

본문

리퍼 같은

 

    정 온

 

 

  차이콥스키는 무거워 베토벤은 어둡고 그래서 모차르트가 가벼운 일요일 비가 오네 이럴 땐 삼선슬리퍼 발가락이 쑤욱 빠지는 슬리퍼

 

  발가락엔 피멍이 있었어

  나는 피멍을,

  존경하네 사랑하네

  격하게 내통한 뜨거움

  고통을 끼얹어 푸른 무늬를 놓은

  그 헐거운 웃음들

  아, 여보세요, 오선지보다 삼선지는 어떨까요 빗방울로 악보를 찍는 것도 괜찮은 방법 아닙니까

 

  쇼팽의 긴 손가락이 희고 검은 선반을 두드릴 때마다 빗방울 튀어 올라 살짝 미끄러지는 일요일

 

정온 시집, 소리들(푸른사상, 2022)

 

 


 

 

1966년 전북 김제 출생
2008년 《문학사상》등단
시집『오, 작위 작위꽃』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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