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른 / 이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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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59회 작성일 23-11-16 22:17본문
동네 어른
이동재
버스 정류장에서 친구를 배웅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동네 어른을 만났다
마스크를 쓴 채 인사를 하니
“누구신가?”
“저 집 사는 사람입니다.”
코앞의 집을 가리켰다
“아, 그렇구먼! 남편은 요즘 일 나가시나?”
“제가 남편입니다.”
“아, 그렇구먼!”
며칠 후 아내가 마당 어귀에서 그 어른을 만났다
인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자네 안 사람은 요즘 학교에 안 나가나?”
“예? 제가 안 사람입니다만.”
“아아, 그렇구먼!”
며칠 후 동네 산책길에서 그 어른을 다시 만났다
“자네 아버님은 잘 계신가?”
내가 잠시 그 어른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 참, 지난봄에 돌아가셨지!”
“아뇨, 아직 살아계신데요.”
“아, 그렇구먼! 그럼 어머님은?”
“그만그만하십니다.”
“아아, 그렇구먼!”
“남편은 어디 또 멀리 갔나? 요즘 통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제가 그 남편입니다.”
“아아 참, 그렇구먼그렇구먼!”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3년 11월호
강화 교동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8년 《문학과의식》 등단
시집 『민통선 망둥어 낚시』 『세상의 빈집』 『포르노 배우 문상기』 『파주』
『이런 젠장, 이런 것도 시가 되네』 등
저서 『20세기의 한국소설사』 『침묵의 시와 소설의 수다』 『문학감상과 글쓰기』
『작가를 스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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