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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광고판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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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92회 작성일 23-11-16 22:23

본문

어광고판

 

     마경덕

  

 

  바람을 삼키면 꿈틀꿈틀 척추가 돋아납니다

  물렁한 바람은 뼈가 되어줍니다

 

  길가에 방치된 집 한 채

  플라스틱 둥근 지붕이 열리면

  죽었던 몸이

  밤의 허리춤을 붙잡고 환하게 일어섭니다

 

  온몸에 적힌 메뉴로 밤새 호객을 하다가

  아침이 오면 순식간에

  바람 빠진 튜브처럼 털썩 주저앉습니다

 

  취객의 발길질에 휘청거리며

  일어서고 무너지는 불법 에어간판입니다

 

  아침이면 폭파되듯 무너지는 몸

  함부로 구겨져 길가 검은 통 속으로 사라지는

  이 절망을휴식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분명 감금입니다

 

  인간이 내린 형량에 환한 대낮은 늘 캄캄한 밤입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지금

  나는 세상에 없는 시간입니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311월호

 

 



mgd.jpg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그녀의 외로움은 B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등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선경상상인문학상, 모던포엠문학상, 김기림문학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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