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분간 / 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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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분간
하재연
어려운 건 결심의 문제다 저 구름은 오 분간 한자리에 머물러 있기로 한 모양이다
오 분 후 구름은 쉬지 않고 내내 자세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보고
있는 오 분간이다 바람이 구름을 지나치는 순간, 구름의 모양은 흐트러진다 그것이
바람의 힘이었을까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 역도 마찬가지다
구름의 힘이 바람을 불러들인 것은 아니다 저기 있는 구름을 결정한 것은 구름의 형태가
아니고, 내가 보는 구름은 오 분간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구름이다 우리는 오 분간, 아주 약간,
옮겨진 건지도 모르지만
―하재연 시집, 『라디오 데이즈』 (문학과지성사, 2006)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2002년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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