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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12월 / 이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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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6회 작성일 24-01-23 15:05

본문

12

 

​     이규리

 

남은 이야기들은

지워지거나 모르거나

 

겨울이었지

 

무슨 말을 덧댈 수 있을까

우리 늘 모호했는데 유독

 

당신의 정맥,

 

유난히 추웠던 겨울 집에서

우리 무언가를 보았는데

 

어떤 이야기들은 선반 위에 둔 흐린 바깥이고

휘파람 같은 거라고

안경알을 닦을 때도

 

파르스름한 정맥이,

 

그런 슬픈 그물에 걸려 다시 넘어지더라도

조금 근사하고 싶어

 

붉은 이상한 저녁에

 

우리 서로 미래를 돌려주었는데

 

사랑은 뒤를 봉합하지도 않고 사라지곤 했지

 

참 추운 날이야

새들의 부리가 작아졌어

 

이 딱한 부재를 이월하는 상자 밖으로 버리며

 

이것은

 

혼자라는

 

없음에 대한 일

 

 

이규리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문학동네, 2020)



 

 

경북 문경 출생
199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앤디워홀의 생각 』 『뒷모습 』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당신은 첫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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