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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 허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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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6회 작성일 24-01-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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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허은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책임이 있어요

거친 여울 저무는 기슭에서

서로의 눈에 스민 계절을 헤아리며

표정이 닮아갈 날들

그리하여 어느 날

세상에 지고 돌아온 당신이

웅크려 누울 때

적막한 등뒤에

내 몸을 가만히 포개고

우리는 인간의 말을 버리기로 해요

우리 숨이 나란하도록

밤이 깊도록

당신이 나를 업고 걷던 그 밤처럼

당신의 등에

내 글썽임과 부끄럼까지를

잠시 올려두고

긴 밤을 낙타처럼 걸어갈 거예요

서로의 잠 속으로 스며들어가

젖은 얼굴 어루만지면

새 빛은 다시

우리 가난한 창으로

―허은실 시집, 『회복기(문학동네, 2022)


 

1705_100.jpg


1975년 강원도 홍천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국문과 졸업

2010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회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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