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 허혜정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거주자 / 허혜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22회 작성일 16-02-25 09:55

본문

 

거주자

 

허혜정

 

실내장이 빠져나간 곳곳에는 먼지뭉치만이 굴러다닌다.

이삿짐 박스를 끌고 다닌 자리마다 폐허의 달콤한 냄새

먼지투성이 펜들을 배낭 속에 쓸어 넣는 동안

제발 그 가구만은 그대로 놓여있길 바란다는 듯

미미한 기척, 이미 책들이 빠져나간 아이보리빛 책장 뒤에 숨어

거미는 조그만 배로 비밀의 필사본을 잔뜩 뿜어내었다

내가 가느다란 필선같은 환상을 따라가는 동안

어둠 속을 바삭이며 자신만의 수사학으로 채우던 공간

그렇게 부드럽고 슬픈 말의 날개는 느껴본 적이 없다

거미줄은 책장 높이만큼 올라가려 했는지도 모른다

커튼을 걷고, 한 모금 바람을 삼킬 때마다

거미는 간혹 날아 들어온 나방을 삼켰을지도

마른 후레이크를 주워 먹으며 글을 쓰던 고적한 시간

나는 너무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때로 시끄럽게 울려대던 음악이 방해되진 않았는지

코맹맹이 심야의 통화소리가 우습지는 않았는지

시끄러운 짐꾼들의 발소리가 떠나가는 동안에도

비밀에 감싸인 방을 홀로 지키는 거미

모르겠다, 누가 이 방의 주인이었는지

인간이 거미란 말을 사용하듯 그는 나를 무어라 불렀는지

마지막으로 난방기를 끄고, 조심스레 물러나오는 동안에도

나는 너를 위해 문을 여닫는 하인이었는지도



 


  

1966년 경남 산청 출생
1987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시 등단
1995년 《현대시》 평론 당선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 『비 속에도 나비가 오나』『적들을 위한 서정시』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9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0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8 0 02-24
10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8 0 08-30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3 0 02-25
10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3 0 07-14
10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8 0 10-14
10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7 0 12-21
10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6 0 07-07
10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4 0 09-14
10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4 0 12-08
10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3 0 11-18
10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3 0 08-02
10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9 0 09-12
10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8 0 09-14
10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7 0 04-04
10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4 0 12-14
10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4 0 12-30
10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2 0 09-12
10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8 0 08-03
10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7 0 11-22
10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5 0 09-22
10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3 0 01-20
10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1 0 02-11
10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1 0 09-25
10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0 0 02-16
10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7 0 07-18
10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5 0 09-27
10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5 0 05-27
10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5 0 09-07
10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4 0 01-24
10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4 0 02-11
10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3 0 11-03
10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1 0 06-16
10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0 0 11-04
10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0 0 08-21
10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9 0 04-18
10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8 0 05-16
10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7 0 01-23
10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5 0 04-04
10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5 0 04-27
10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5 0 03-15
10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3 0 08-10
10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2 0 01-27
10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2 0 03-22
10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1 0 09-13
10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9 0 09-13
10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8 0 02-16
10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5 0 05-04
10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3 0 01-05
10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2 0 05-15
10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1 0 12-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