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 김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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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24-02-07 17:51본문
미카엘
김학중
불에 온몸을 맡기고서야 그는 비로소 이름 한 번을 제대로 불렸다
야! 거기! 임마! 아오, 저게!
그가 컨베이어벨트에서 끝없는 지시에 따라 움직일 때
그는 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컨베이어벨트에 딸린 사물이었다
단지 열심히 사물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고발당했고
물건처럼 묶여 경찰에 호송되었다
그는 분신했다
사람들은 그의 분신에 놀랐지만
그는 사물의 분신이었다
타오르며 그는 자신의 전체에서 부분이 파편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우리를 향해 보여 주었다
부서진 미래로 날아가는 천사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서 멀어져 갔다
우리가 사물의 천사를 죽였구나
그의 온전한 이름이 그때에 폭발하듯이 울리며 우리 앞에 현현했다.
—계간 《문예바다》 2023년 겨울호
1977년 서울 출생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창세』 청소년 시집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소시집 『바탕색은 점점 예뻐진다』
제18회 박인환 문학상, 제8회 김만중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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