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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다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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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0회 작성일 24-02-12 18:57

본문

바라본다

 

   조용미

 


나는 바라본다

내부의 나를

하지만 늘 나의 내부에

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나는 의식의 바깥으로

즐거운 외출을 한다

나의 내부는 그것을 허락하고 있다


내부의 나는 내부 밖의 나를

바라볼 수 없다

나의 내부는 바라보는 행위를

할 수 없어 얼마나 외로운 것인가

그 외로움으로 나의 내부는

내부 밖의 나를 마구 흔들어댄다


내부 밖의 나는 나의 내부에 의해

강하게 지배된다

하지만 내부 밖의 나는

나의 내부를 바라볼 줄 아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 힘으로 가끔 시를 쓴다


지금 나의 내부는 황폐하다

나의 내부가 내부 밖의 나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조용미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문학동네(개정판), 2021)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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