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반성 / 유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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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반성
유승도
낫을 들어 화단의 꽃들을 베었다 집의 진입로에 씨를 뿌려 가꾸어온 코스모스도 베어 넘겼다
꽃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마음을 가꾼다며 이런저런 꽃들을 키워왔던 나날들, 그러나 가꾼 꽃들이 눈을 떠 불러도 나는 꽃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꽃으로 치장할수록 마음은 일그러졌다
고개 숙여 꽃밭을 가꾸던 시간에 고개 들어 집 주위의 꽃들을 바라볼 일이었다
―유승도 시집, 『일방적 사랑』(詩와에세이, 2012)

1995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산문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 『고향은 있다』, 『수염 기르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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