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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을 반성한다 / 맹문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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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4-03-08 11:07

본문

무직을 반성한다

 

    맹문재

 

식구들 모두 일터로 나가 텅 빈집

아침 한 그릇 대충 먹는다

현관에는 신문이 쌓여 있다

신문을 탓하기에는 너무 지쳐

절대로 시간을 내서 보지 않는다

귀를 닫을수록 마음 편안하다고

억지로 길러온 지 오래

 

그런데 부엌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다시 수저를 든다

또 들린다

소리 나는 쪽으로 일어서는 순간

입고 있는 청바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 의자

끌리는 소리, 고개 돌리는 소리……

 

화장실에서, 창가의 장기판에서, 돼지

저금통에서, 텔레비전에서, 벽에 걸린 달력에서,

내 유년에 찾던 쌀밥에서……

 

서른을 넘기는 아침

무직을 반성한다

 

맹문재 시집, 먼 길을 움직인다(실천문학사, 1996)

 


 

83.jpg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
1991년 문학정신》 등단
1993년 전태일 문학상, 1996년 윤상원문학상 수상
2013년 고산문학대상 수상
시집으로 『물고기에게 배우다』『사과를 내밀다 』,
저서로 『한국민중시문학사』,『페미니즘과 에로티시즘 문학』,
번역서로 『포유동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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