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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악장 / 안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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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4-03-08 11:12

본문

겨울 2악장*

 

   안성덕

 

 

입춘 지난 저수지에

핏빛이 번지네

죽나무 가지 위 빈 까치집 털어

시든 모닥불을 살리고 싶네

청둥오리 댓 마리 물질을 끝내네

어둠은 금세 밀려올 것이네

서산마루 노을이 꼭

아버지 만나러 가시는 길에

곱게 염습한 어머니의 연지처럼 서럽네

기러기 떼 북으로 줄을 잇네

겨울 2악장을 끝낸 하루가

그날 어머니의 손처럼 식어만 가네

그만 시동을 켜네

3악장은 차마 안 들으려네

청둥오리 떼 어스름에 스민

저녁 624

어둑한 마을에도 이따금 등불은 돋네

어딜 가셨나, 어머니 집 텅 비었네

주파수 잘못 맞춘 라디오처럼

나 지직거리네

* 안토니오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ㅡ안성덕 시집 깜깜(걷는 사람, 2023)

 

안성덕.jpg


전북 정읍 출생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몸붓』 『달달한 쓴맛』 『깜깜

디카 에세이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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