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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 터지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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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7회 작성일 24-03-11 09:03

본문

매화 터지다

 

    김진수




그 일이 터진 것은 지난 밤이었다


비명은 스타카토로 끊어졌다

주변은 일시에 사위었고 열렸던 문과 창은 깃을 여몄다


112 경광등이 눈알을 번뜩이고


처음 있는 일이 아니란 듯

현장을 둘러보는 고양이의 눈빛은 헐렁하다


뜨악한 표정의 외눈박이 CC TV는 임의성 없는 그림만 방영한다

낡은 외등은 기억이 없다고 깜빡깜빡하고

담장 위로 빼꼼한 백목련

자기도 피해자라며 멍든 얼굴 꼿꼿이 세운다

먼저 터진 산수유와 백 매화 몇몇

입이라도 맞춘 듯 알리바이가 토씨 하나 어긋나지 않았다


원이 완성된 밤이었으므로

분명 목격자가 있었을 터

뽑아 올린 고양이의 촉이 닿은


유리창에 덧대어진 뽁뽁이(에어 캡) 속을 감추지 못한다

부푼 눈망울 속 증언들이 세세하고 한결같다

하나씩 눌러 터트릴 때마다


피는 꽃, 잎잎이 붉게 멍 들었다

 

출처 : 시마을 동인의 시




 

강원도 주문진 출생

2016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설핏』  꿈 아닌 꿈

동시집 달을 세 개나 먹었다』 

2023년 백교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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