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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알리바이 / 이성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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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0회 작성일 24-03-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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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바이


    이성목




  여자의 몸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꽃들은 만만한 나뭇가지를 골라 호객을 일삼는다. 나무들은 비틀거리며 꽃 가까이서

꽃값을 흥정한다. 이미 몸에 불을 당긴 꽃잎이 재처럼 떨어진다. 꽃을 만났던 나무들은

순한 잎의 옷을 걸쳐 입는다. 내 몸에서도 휘발유 냄새가 난다.

  기억한다. 

  나는 붉고 여린 수술을 내밀었을 것이다. 목련은 순백의 꽃봉오리를 활짝 열었으므로

세상과 나는 서로 결백했을 것이다.

  기억한다.

  그 해 3월 마지막 날, 영등포 선반 공장 뒷골목, 홍등가, 절삭유 질펀한 바닥, 생의 마디가 손가락처럼 잘려나가던 어둠 속, 늙은 가로수처럼 서서 전화를 했으며, 안산행 총알택시를 탔다.


  멀고도 아득했던

  불혹에 닿아 몸의 곳곳에 만져지는 꽃자리 아직도 아프지만 

  그곳에는 꽃도 나무도 없었다. 나도 그때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이성목 시집, 뜨거운 뿌리(문학의전당, 2005)




이성목.jpg


​1962년 경북 선산 출생

1996년 자유문학》 등단

시집으로 뜨거운 뿌리』『노끈『함박눈이라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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