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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 안개 /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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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83회 작성일 16-02-26 10:31

본문

 

울음 안개

 

박연준

 

 

윗집 아이가 운다

울음에 손톱이 돋아 허공을 긁고

아랫집 천장을 긁고

한낮의 정적에 미세한 홈을 판다

 

아이가 운다

울다 5초간 악을 쓴다

악을,

악을,

악을,

 

악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이리도

지루하고 어두울까

 

아이의 발끝에 숨은 살기가

다섯 해 동안 소량씩 모아온 악이

안개가 되어 우리 집 천장을 뚫고

바닥에 고인다

닦을 수도

건질 수도 없는

울음 안개

 

천장을 향해 고개를 처들고

기다린다

쏟아질지 모르는 어떤 저의(低意)

어떤 벼랑,

어쩌면 비밀과 비밀을 찔러죽일

뾰족함

 

 

1980년 서울 출생
2004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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