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 류근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 류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63회 작성일 24-03-13 15:10

본문

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류 근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친구여 나는 시가 오지 않는 강의실에서

당대의 승차권을 기다리다 세월 버리고

더러는 술집과 실패한 사랑 사이에서

몸도 미래도 조금은 버렸다 비 내리는 밤

당나귀처럼 돌아와 엎드린 슬픔 뒤에는

버림받은 한 시대의 종교가 보이고

안 보이는 어둠 밖의 세월은 여전히 안 보인다

왼쪽 눈이 본 것을 오른쪽 눈으로 범해버리는

붕어들처럼 안 보이는 세월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나는 무서운 은둔에 좀먹고

고통을 고통이라 발음하게 될까 봐

고통스럽다 그러나 친구여 경건한 고통은 어느

노여운 채찍 아래서든 굳은 희망을 낳는 법

우리 너무 빠르게 그런 복음들을 잊고 살았다

이미 흘러가버린 간이역에서

휴지와 생리대를 버리는 여인들처럼

거짓 사랑과 성급한 갈망으로 한 시절 병들었다

그러나 보라, 우리가 버림받는 곳은 우리들의

욕망에서일 뿐 진실로 사랑하는 자는

고통으로 능히 한 생애의 기쁨을 삼는다는 것을

이발소 주인은 저녁마다

이 빠진 빗을 버리는 일로 새날을 준비하고

우리 캄캄한 벌판에서 하인의 언어로

거짓 증거와 발 빠른 변절을 꿈꾸고 있을 때 친구여

가을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살아 있는 나무만이 잎사귀를 버린다

 

류근 시집,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 2018)




1966년 경북 문경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상처적 체질』 『어떻게든 이별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추천3

댓글목록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류근 시인님의 시를 만나면
나는 김수영 시인님이 오버랩된다.

살아 남기 위해 버려야 하는 자연의 숨소리가
류근 시인님의 시심으로 다시 내게 들려 옵니다.
귀한시 고맙습니다.

Total 1,691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7 04-02
16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1 5 12-16
16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8 4 01-29
16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8 4 10-03
16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6 4 04-16
16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1 3 04-26
16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3 03-11
16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4 3 12-06
16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1 3 12-14
16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1 3 02-11
16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0 3 02-11
16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4 3 02-11
16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3 01-18
16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1 3 12-20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 3 03-13
16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5 3 02-14
16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1 3 12-08
16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5 3 03-12
16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3 06-15
16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1 2 12-26
16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4 2 09-14
16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1 2 11-16
16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2 2 01-07
16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2 03-27
16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2 02-09
16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2 02-24
16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2 02-14
16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2 05-28
16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7 2 09-14
16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5 2 11-16
16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0 2 01-07
16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2 04-02
16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6 2 01-28
16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2 02-09
16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2 01-15
16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0 2 09-14
16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1 2 11-16
16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2 04-02
16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2 02-09
16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4 2 10-27
16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4 2 07-13
16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9 2 10-03
16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8 2 12-06
16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1 2 03-19
16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 2 02-10
16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4 2 08-08
16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1 2 12-18
16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 2 07-13
16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7 2 10-03
16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3 2 12-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