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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 / 김신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9회 작성일 24-03-27 17:47

본문

 

     김신용

 

저 물의 만년필,

오늘 무슨 글을 쓴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를 쓴 것 같은데 읽을 수가 없다

지느러미를 흔들면 물에 푸른 글씨가 쓰이는, 만년필

저 글은, 잉어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잉어는, 오늘도 무슨 글자를 쓴다

캘리그라피 같은, 그 변형된 글씨체로 무슨 글자를 쓴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사람의 얼굴을 닮은, 잉어의 얼굴

눈꺼풀은 없지만 깊고 그윽한 눈망울을 가진, 잉어의 눈

 

분명 저 얼굴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편지에 엽서에 무엇인가를 적어 내게 띄워 보내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는, 오늘

나는 무엇의 만년필이 되어주고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를 썼을

만년필,

수취인이 없어도, 하다못해 엽서라도 띄웠을

만년필,

 

그래, 잉어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읽을 수 없겠지만

내가 네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편지를 받을 수 없겠지만

 

그러나 잉어는, 깊은 잠의 핏줄 속을 고요히 헤엄쳐 온다

 

잉어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읽을 수 없는, 편지가 아니라고

가슴에 가만히 손만 얹으면, 해독할 수 있는

글자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몸에, 자동기술(記述)의 푸른 지느러미가 달린

저 물의, 만년필ㅡ

 

​―김신용 시집, 잉어(시인동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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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부산 출생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장편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 1,2』 『기계 앵무새』 『새를 아세요?』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시인광장문학상고양행주문학상

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추천2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에 김신용 시인님의 시집을
몇 권 읽었습니다.
깊은 시상과 풍성한 시어가 별이 5개였지요.


______


 봄 아가씨는 어디로 가나


 정민기



 그렇게 소란스럽던 꽃샘추위가
 하인처럼 물러가고
 봄 아가씨가 남기고 가는 입김이 아른거린다

 벌어진 시멘트 틈새마다 민들레가
 햇살 스며든 얼굴을 내밀며
 정들 것 같을 정도로 환하게 웃는다
 꽃이 떨어져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향기를 맡고 있다

 바람의 마음은 가볍고 부드러워서
 총각인 나로서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어제도 그제도 엊그제도
 등대가 서 있는 배경 뒤로 노을이 번져도
 나는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바다처럼 출렁거리는 봄의 중앙이라는 곳
 어쩌면 나의 잃어버린 그림자 같은 사람이
 몰린 인파 속에서 갇혀 있는 그런 곳

 나풀대는 나비는 어느 꽃밭에도 있지 않고
 사랑을 앓는 봄의 중앙에 박제되어
 흔적만 겨우겨우 남아 있다

 어스름한 저녁만 별들을 불러 모아 놓고
 오직 등대는 빛 눈물을 흘리게 하고
 봄 아가씨는 어디로 가나

미스터한공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스터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같은 시제목에 반가운, 신기한 마음으로 올려 봅니다.


잉어
 

호칭도 없이
서로 어렵게 말을 건네던 사람에게서
언어의 껍질을 깨고 '톡톡' 문자가 날아왔어요
말도 오래 품으면 부화를 하는 것인지
세상에! 비가 온다고 내가 보고 싶다니요
세상에! 물처럼 속내를 통째로 보여주다니요
물의 내면을 읽지 못하고
외면을 둥둥 떠다니는 물비늘 문양의 문장들을
얼마나 걷어내야
당신처럼 간결한 물의 마음이 될 수 있을까요
안과 밖이 서로 만나기 위해
비는 밖에서 물의 살과 뼈를 만들고
물의 입술이 물가를 핥으며 부풀어 오르는 동안
나는 안에서 점점 목마른 잉어가 되어
물살에 뛰어들고 싶었어요
안과 밖으로 흐르는 물살처럼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흐르는 물살
세상에! 비가 온다고 두 마음이 하나가 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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