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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자작나무 / 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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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12회 작성일 16-02-26 10:39

본문

 

그리운 자작나무

 

유정이

 

  밤이 되면 미친 밤들이 당신을 물고 밤새도록 놓지 않았을 거야 적막의 밑바닥을 치는 바람 소리에 뿌리조차 하얗게 얼어버렸을지도 모르지 자작나무 숲으로 불어간 바람을 나는 안다 솜이불 한 채 장만해 시집가야겠다 네 몸 끝으로 물기 마른 날들이 바람구멍 가득한 집을 짓는다 모서리가 잘 맞지 않는 서랍 속 깊이 넣어 둔 엽서 한 장 네게 보낸다 오랜 배회의 밤들을 나는 안다 소멸을 말하는 입 커다란 밤이 숲에 가득하다 자작나무숲을 지나온 네 몸에서 잎맥만 남은 잎사귀 한 장 답장처럼 날아왔다

 

  붉은 피를 찍어 이불 한 채 짓고 시베리아 평원 눈보라 속 어디쯤에 숨겨진 네 발자국 몇 개를 기억하는 밤이면 새들이 내 몸 속을 날아다녔다 은빛 날개가 다 지워지도록 날아다녔다 네가 배회하던 숲의 발자국을 찍어 지워진 마음의 지도를 그려보는 밤, 모든 밤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너에게 배운다

 

 

1963년 천안 출생
1986년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1993년 월간 《현대시학》등단
1997년까지 태광중. 종합고등학교 재직
1999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시집 『내가 사랑한 도둑 』『선인장 꽃기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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