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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달빛 / 박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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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7회 작성일 24-04-05 17:10

본문

랑천 달빛

 

​     박형권

 

 

나 보러 오는 스무살 엄마가 막배에서 내려

섬길 걸을 때

손에 뭐 들었나 기웃거리던 달빛이

오늘은 추석을 하루 앞두고

중랑천 여울물에 기대었습니다

 

추석에 일 나가면 만원 더 받아

밥집 일 나간 아내 기다리며

중랑천을 걸으면

이곳도 누군가의 고향

총총걸음 걷는 엄마 달빛들이 예쁩니다

 

물에 뛰어들기 전에

신발 벗듯

무거운 간과 쓸개 다 꺼내어, 연휴 끝나면 돈만 벌어야겠다 결심하고

달빛 끌고 온 마음 아는지

딸이 킁킁 술 냄새를 맡아봅니다

 

딱 한잔만으로도 가득한 달빛에

벌써 나는 중천에 떠올랐습니다

 

박형권 시집, 전당포는 항구다(창비, 2013)


 

phg.jpg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우두커니』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 『웃음공장』 『도축사 수첩』

전당포는 항구다』 등

제17회 수주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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